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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isori.net
작성일
2015-05-19 오후 1:57:57
조회수
12322
제  목
[칼럼] 발달장애인의 지역정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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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달장애인의 지역정착

     

     

     

     

    前 편집국장   전진호

    (웰페어뉴스 / 복지TV)

     

     

     

     

     

     

     

     

     

    ‘마을 만들기’에서 발달장애인 새로운 출구전략 될까  

     

    장애인 문제(?)에 관심 많다는 어르신과 대화를 나눌 일이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봉사도 열심히 다니고, 대학원에서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따셨다는 이 분은 장애인거주시설을 운영하고 싶다고 하시네요. 그 이유가 궁금해 여쭸더니 손녀가 발달장애가 있어서 관심을 갖게 됐고, 그나마 여력이 있는 자신이 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싶어 소규모 장애인거주시설 건립을 추진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자식을 생각하는 간절한 마음이 느껴졌기에 별다른 말씀은 드리지 않았지만 왠지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가 씨앗이 돼 가정이 파괴되고 자살을 하고 파탄의 길로 접어드는 경우가 적지 않건만 세상은 받아들이려는 의지가 없는 게 현실이기에 오죽하면 이런 선택을 할까 가슴으로는 이해하건만 당사자가 선택할 수 없는 상황과 그 마음을 생각하면 고개를 내저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줄어들지 않는 장애인 학대사건

     

    며칠 전 지적장애가 있는 청소년을 좁은 철창에 가둬놓은 장애인생활시설 운영자에 벌금형이 내려진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습니다.  광주의 한 생활시설은 지난 2008년 9~2011년 12월까지  지적장애인 유모(당시 17세)양을 가로 1m, 세로 1.7m, 높이 1m 크기의 철제 침대에 가둬놓고 생활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 1부는 유양에 대한 감금죄를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500만 원에 불과한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그 이유가 어처구니없습니다. ‘이 시설장이 범행에 이르게 된 배경에는 사회복지시설의 예산과 인력부족 등의 문제도 있었다’라는 게 감형의 이유입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전남 신안의 한 장애인거주시설서 입소인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쇠사슬을 묶어 폭행하거나 개집에 감금하는 등 학대와 폭력행위를 일삼은 일이 드러났습니다. ‘염전노예사건’으로 불리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지 얼마 안돼 같은 지역서 이런 일이 드러났는데요, 경악할만한 일은 이 가해 원장이 신안염전노예사건 피해자 3명의 후견인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얼마나 졸속으로 후속대책을 마련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죠.

    현재 가해 원장은 장애인 상습감금 및 폭행, 보조금 및 장애수당 편취 등 횡령혐의로 구속 중인데 최근 전남지역 장애인인권, 시민단체들이 원장의 성폭력 사실을 추가로 폭로하며 엄중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앞서의 경우처럼 장애인을 보호했다는 미명하에 낮은 양형을 선고하거나 선고 유예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기자회견까지 하며 엄중 처벌을 요구한 거죠.  

     

    전남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신안군에서는 지난 2006년 이후 매년 한번꼴로 장애인 인신매매 및 감금, 강제노역 사건이 벌어지고 있답니다. 기막힌 건 지난해 신의도에서 구출된 63명 중 20여 명이 다시 염전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입니다. 지역사회서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입니다. 이들을 ‘노예로 부린’ 가해자들의 처벌은 어땠을까요.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위원회에서조차 ‘염전노예 사건은 유엔고문방지협약에서 다룰 수 있을 정도로 인권침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기에 강력한 처벌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형을 선고했던 1심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형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체불된 임금을 모두 지급했으며, 피해자가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 특히 숙식제공을 해줬다는 이유 등이 정상참작의 근거였답니다.

     

    이것뿐일까요. 경기도의 한 사회복지법인에서는 이사장 개인과 인척의 농사일에 시설생활인들을 강제로 동원하고, 후원금 착복, 시설종사자의 성추행,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수사 중에 있으나 지지부진하고 있으며, 논란의 중심에 서있던 인강재단 역시 납득할만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시설 내 학대혐의로 처벌 중인 사회복지법인의 위헌 주장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이 흔드는 사건도 벌어졌습니다. 경북 구미의 한 복지재단 산하 시설의 부장과 생활재활교사, 사회복지사 등이 상습 감금 및 가혹행위 혐의로 기소돼 1심서 징역 3년형을 받았는데요, 이들을 기소한 법률적 근거였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서를 제출한 거죠. 법원이 위헌심판 제청신청을 수용할 경우 지난해 12월 15일 재단 산하 재활시설 거주인 2명을 반항한다는 이유로 설탕물만 주고 최대 4일간 가두는 등 10여 차례에 걸쳐 감금하거나 폭행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복지재단 대표이사, 재단 산하 시설장 등 4명은 석방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역사회서 새로운 가능성 모색해야

     

    물론 앞서 언급한 사례는 일부의 예로, 많은 장애인거주시설의 환경이나 인권감수성 등이 예전에 비해 월등히 좋아진 건 사실입니다. 최근에는 월평빌라의 사례처럼 거주인을 주민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거주시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한계점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다수의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규칙이란 게 있어야 하고, 이 규칙에 매몰되다 보면 앞서 언급한 일들은 언제든 벌어질 수 있습니다. ‘전국 장애인거주지설 내 사망자 및 시설 신설, 폐쇄현황자료’에 따르면 거주시설서 사망한 이들의 절반에 가까운(46.5%) 이들이 10년 이상 거주해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한번 입소는 평생 입소’를 뜻한다는 얘기죠. 시대와 인식이 바뀌어 거주시설 입소가 당사자와 가족의 상황에 따라 입, 퇴소가 자유로울 수 있는 사회 환경으로 바뀌지 않는 한 거주시설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 부모님들의 현실은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일이고…대안은 뭘까, 고민하다 최근 유행하는 ‘마을 만들기’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봅니다. 공적 영역에서 당분간 풀지 못할 숙제를 공동체에서 실마리를 찾아보자는 거죠.  개인에게는 쉽지 않은 일들을 공동체에서 함께 풀어나가고, 그런 관계맺음을 통해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을 모두가 행복하게 가꿔 나간다는 게 마을 만들기의 본 취지라고 이해합니다. 

    예를 들어 보육에 대한 문제를 공감한 주민들이 나서서 공동육아 등 공통의 현안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발달장애인당사자도 어엿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역에서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가는 일은 마을 만들기의 취지와도 부합된다고 봅니다. 다만 장애라는 영역이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특별하고 특수하기 때문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무슨 시도들을 진행해야 할지 모르기도 하거니와 상호간의 교류가 없었으니 이해도도 낮다고 봅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지역의 마을 활동가와 뜻을 모아보는건 어떨까요. 발달장애인을 비롯해 장애가 있는 이들도 누구나 마을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연대하다 보면 새로운 가능성과 길이 열리지 않을까, 지금으로서는 이 방법이 현실적인 모색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가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서 마음껏 활보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꿈꿉니다. 그 꿈이 이뤄지려면 더 많은 아이들이 복지관이나 치료실, 거주시설이 아닌 마을에서 활보해야 할 거고, 그렇게 자주 접하다 보면 발달장애인을 바라다보는 사회 인식도 바뀌게 되지 않을까, 가는 길은 험할지라도 실현 가능한 꿈을 꿔봅니다.

     

    ‘누구나 마을에서 꿈꾸고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구호가 발달장애인당사자들에게도 통용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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